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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검도회] 신을 섬기는 마음으로 검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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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특별시검도회 작성일04-12-30 조회2,6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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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항지구 카톨릭 성당 주교대리로 평생 봉사

1976년 광주신학대 교수시절 검도부 창설하며 인연

지난달 검도 7단선수권 백발의 검객 등장 주목




칼을 든 신부(神父)는 바람처럼 들이닥쳤다. 군청색 도복을 질끈 동여매고 입은
맨발의 신부는 허리춤에 칼까지 찼다.

한 겨울의 냉기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든 마루바닥에서 신의 제자는 단전에서 올라오는 웅혼한 기합을 넣으면서 힘차게, 때로는 부드럽게 죽도로, 진검으로 허공에 검흔을 남겼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유지시키고, 인간에게 축복과 번영을 비는 신의 제자가 검을잡다니….

모든 인류에게 그저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조정헌 신부(65)는 신부가 웬 사람을 베는 검도를 하십니까란 질문에 허허로운 웃음을 짓다가 선문답을 내놓는다.

신의 말씀을 전하는 사제로서 인류의 영혼구제에 촌음까지 받쳐야 했지만, 검도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단다. 실력도 보통실력인가.

아마추어로는 보기 드문 7단에 올랐으니 조 신부가 인류에게 미안해 할만도 하다.

하지만 경주.포항지구 카톨릭성당을 담당하는 주교대리인 그의 인생궤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봉사와 헌신으로 점철된 60평생이니, 털털한 웃음만큼이나 그는 겸손했다.

조 신부는 신학대학에서 예비 신부들을 가르쳤고, 부랑인 수용시설인 희망원의 원장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아 희망을 잃은 자들의 가슴에 생명의 불씨를 되살려주는 성직자로서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다.

삶의 자세가 겸손한 만큼 사제의 검도 역시 겸손하다. 조 신부는 일주일에 두번씩 청심검도관(관장 이은범)을 찾아 검도를 수련하고 사제관에서도 틈틈이 타격대를 두드리며 손끝의 감각을 놓지 않는다.

한순간의 방심 없이 칼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검도는 매순간 신을 온 마음으로 섬겨야 하는 성직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조 신부의 지론이다.

조 신부가 검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6년 광주신학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 스무명을 모아 검도부를 만들면서부터. 신학도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사제로서의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각해낸 운동이 검도였다.

학생들과 함께 죽도를 휘두르면서 초단이 된 조 신부는 1980년대 초 평생검도의 뜻을 심어준 큰스승을 운명처럼 만났다. 고 윤병일(범사 8단)선생이다. 조 신부는 근무지를 옮겨갈 때마다 윤 선생을 사부로 초청, 개인교습을 가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4년 윤병일 선생이 이승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천주교 신자였던 김영달 선생(범사 8단)과도 친분을 쌓은 조 신부는 김영달 선생과
윤병일 선생이 아끼던 진검을 물려받는 행운을 누렸다.

고단자 선생과의 친분 때문에 승단했다면서 웃어넘기지만, 조 신부는 남들이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을 나이인 48세에 한국 최고의 대회인 대통령기검도선수권대회(1986년)에 참가, 16강에올랐다.

또 1989년 50세 때는 대구대표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전국체전에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엘리트 선수들과 겨뤄 이긴 아마추어는 아마 나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한동안 검도계에서 잊혀졌던 조 신부는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검도7단선수권대회에 백발의 검객으로 나타났다. 한때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30대의 상대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벌인 조 신부는 검도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괴짜신부인가봐, 날이 갈수록 검도가 재미있어지니 원….조 신부는 이젠 검도 패밀리가 됐다 고 했다.

5년 후 은퇴를 하면 검도발전을 위해 한몫을 하고 싶다는 그는 모든 인류가 축복받도록 검도에서 갈고 닦은 건강한 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호신술로 시작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고 한순간에 결정 나 쾌감

순간적으로 결정나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나 봐.


조정헌 신부는 사제로서 드물게 검도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한순간에 결정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호신술로 검도를 시작했다는 조 신부에게 신께서 지켜주는데 웬 호신술이냐고 물었더니,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신도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사람을 지켜준다고 넘어간다.

4단 정도 되니까 어느 누구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더라고. 외진 밤길을 갈 때도 왠지 어깨가 으쓱 해지기도 하고.

검도는 엄청나게 격렬한 운동이라는 조 신부는 한바탕 죽도를 휘두르고, 땀으로 범벅이 된 후 호구를 벗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조 신부는 운동을 끝내고 나면 몸안에 엔도르핀이 꽉 찬 느낌이라면서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마약에 중독된 것과 같을 것 같다고 했다.

조 신부는 나이가 들수록 검도를 배우길 잘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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