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검도회] 세상 뒤흔드는 매서운 여검객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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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특별시검도회 작성일05-04-09 조회3,196회본문
여성 검도 사범 강습회 참가 이색 주인공들
따다다다, 이~얍!…. 지난 2, 3일 제1회 여성 검도사범 강습회가 열린 충북 음성군
원남면 보룡리 대한검도회 수련원. 36번 국도를 벗어나 샛길을 따라 500m 정도 들어갔을까, 허공을 가
르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터질 때마다 산새들이 앉았던 나뭇가지는 파르르 떨린다. 살벌한 검망을 펼쳐
놓은 여검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평생 검도라고 하더니 3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전업주부 검도사
범 대학교수 등 직업도 다양했다.
신림동 고시촌 섬무관 이선숙 관장 내 밑에 판검사만 30명
검사(檢事)들을 길러낸 검사(劍士)
얌전한 얼굴에 수줍음이 많고, 검은테 안경까지 쓴 이선숙 관장(46·5단)은 칼을 전혀 다룰 것 같지
않은 첫인상이다. 하지만 그는 1993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녹두거리에 선무검도관을 개관, 최초의 여
성관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검객이고, 검사(檢事)들을 길러낸 검사(劍士)다. 고시생들 사이
에서 명성이 자자한 선무검도관을 거친 사법시험 합격생은 30여명이 넘고, 동아리까지 생겼다. 지난
한 해만도 6명이 합격했으니, 여느 고시원보다 높은 합격률이다.
판.검사들의 사부인 만큼 이 관장은 검도와 학업의 상관 관계도 명쾌하게 풀어낸다. 검도는 검끝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무도입니다. 죽도를 사용하지만 항상 진짜 칼이라고 생각하죠. 한번 잘못치면 돌이킬
수 없으니, 집중력과 신중함을 길러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짧은 시간만에 흠뻑 땀을 흘리고,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관장은 하루 6시간 투자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공부 분량이, 검도를 시작한 후에는 1시간 만
에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며 고시생들의 반응을 전했다.
사시합격생들의 입소문 때문에 이 관장은 도장을 열고 흔하디흔한 전단지 한번 돌리지 않은 행복한
관장이다. 도장 홈페이지도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생이 이 관장도 모르게 만들었고, 대를 물려 후
배들이 관리해 준다.
사법연수원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져 연수생들의 공부 부담이 크다면서 이 관장은 검을 놓은 제자들
의 건강을 걱정했다.
부부 유단자 김은옥 수원대 교수 부부싸움 왜 말로 합니까?
부부싸움 칼로 합니다.
연습해야 돼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죽도를 내려치는 김은옥 수원대 교수(49)는 남편도 검도
4단인 부부 검객. 뒤늦게 도장으로 찾아온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히는 일이 많아요. 새벽에 검도를
하러 갈 때는 남편도 깨우지 않거든요. 아하! 남편을 이겨 보려고 인터뷰도 거절했나? 부부싸움 왜
말로 해요, 칼로 하죠.
김 교수의 검도입문은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화학 전자재료를
다루는 김 교수는 대학에서도 홍일점이었고, 여성으로서는 힘들게 대기업산하 신소재 연구소장을 맡기
도 했다. 평생 남자들과 경쟁해 왔다는 김 교수는 검도를 한다니까 남자들이 우습게 보지 않는
다고 했다. 남편과 대련해서도 지면 짜증이 나고, 그래서 칼대결만큼은 남편과도 라이벌이다. 김 교
수의 영향을 받아 고교 3학년과 1학년 두 딸도 검도 유단자들이다.
검도 사범할 것도 아닌데 왜 강습회까지 오는 줄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김 교수는 검도동아리 지도
교수를 맡아 경기도를 석권하는 강팀으로 이끌었고, 자신도 조선세법대회에서 3위를 할 만큼 스스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칼끝을 대하면 기분좋은 칼이 있고, 기분 나쁜 칼이 있어요. 일반인들은 알아듣기 힘든 경험을 말하
면서 김 교수는 승패를 떠나 아름다운 검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높은 경지까지 수양된 인격이 칼
끝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검도란다.